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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새 내린 눈으로 출근길이 겨울왕국이 되었다.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 올라와서 그런지 눈이 오면 아이가 된 것처럼 괜히 설레고 기분이 좋아진다. 어제 늦은 밤, 함박눈이 펑펑 내리더니 아침에 이렇게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 매일 같은 출근길이 색다르고 기분 좋아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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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 나오자마자 이곳 저곳 사진을 찍으며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눈이 와서 신난 사람은 나뿐이 아니었던 것 같다. 눈이 소복이 내려 앉은 나뭇가지들 하나 둘 쳐다보며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시던 아주머니 한 분을 보자마자 우리 엄마가 생각이 났다. 우리 엄마도 눈 참 좋아하는데. 요즘은 새로 핸드폰을 하나 장만하셔서 사진 찍는 재미에 푹 빠지셨다. 이렇게 하얗게 눈이 내린 풍경을 보면 우리 엄마도 저렇게 핸드폰으로 여기저기 사진 찍으며 소녀처럼 좋아하시겠지. 출근길에 문득, 엄마가 보고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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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느낌이 색다르다. 우리가 임의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4계절로 나누지만, 그 계절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는 거니까.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오버랩. 계절과 계절이 지나가는 순간도 그렇듯, 누군가에게 준 마음도 하루 아침에 뚝딱 접어질 수 없는 거겠지. 하지만 가을 지나 겨울이 오는 것처럼, 한 사람이 지나가면 또 다른 사람이 다가오는 거겠지. 지금 나는 나에게 다가올 겨울을 기다리는 시간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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