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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이야기

추억은 힘이 없다?

by 친절한 제제씨 2015. 10. 15.

내 SNS의 역사는 아이러브스쿨 열풍의 끝자락에 잠깐 올라탔다가 그해 싸이월드 미니홈피로 갈아타면서 부터 시작된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지나 싸이월드 블로그, 그리고 페이스북, 네이버 블로그, 인스타그램, 트위터, 그리고 지금의 티스토리까지. 많은 곳들에 여기저기 내 흔적들을 남겨왔지만 아무래도 싸이월드만큼 애정있게 꾸려갔던 것들은 없었던 것 같다.가장 오래했던 SNS도 싸이월드였으니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겠는가.

그런 싸이월드가 이제 막을 내렸는데 우연히 싸이월드 블로그에 적었던 글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싸이월드 사이트를 방문했는데 마침 방명록과 쪽지, 일촌평을 백업하라는 문구를 발견하고 창을 클릭해서 그 글들을 다 백업했다. 그럴 계획도 없었고 그저 생각이 나서 들어간 사이트에서 우연히 아주 우연한 이유로.

그렇게 다운받은 글들을 하나하나 읽어보는데 잊고 있었던 추억들이 하나 둘씩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렇게 파릇파릇하고 예뻤던 시절이 있었구나. 그렇게 생각없이 주르륵 글을 읽고 있다가 어느 한 글에서 심장이 쿵하고 내려 앉았다. 내 시간을 통틀어 가장 많이 마음에 붙들고 있었던 아이. 그래서 한참동안이나 아파해야했던. 그 아이의 글을 읽는데 마치 가장 좋았던 그때 그 시간으로 되돌아간 듯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니 두근거렸다기보다는 아주 쿵쾅거렸다.

사랑에 참 많이 서툴렀고(물론 지금도 여전히 서툴지만), 장거리 연애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서서히 멀어지는 걸 바라만 보며 아파해야했던 풋사랑. 그때 그 이야기들이 다시 펼쳐지는데 그때도 역시 예쁘게 물들어가던 가을이었어서 그 추억들이 조금은 더 아려왔다.

추억은 힘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추억이란 그게 어떠한 추억이든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잊혀져서 없어진 것 같아 보이지만 기억이란 마음 속 깊고 깊은 어딘가에 그때 그 모습 그대로(아니면 더 몽글몽글하게) 잘 숨어있다가, 어떠한 감각들이 몸 속에 스며들었을 때 다시금 살아나 내 전체를 흔들어버릴 수 있다. 그게 어찌 힘이 없는 것이라 할 수 있단 말인가.

아픈 기억이든 좋았던 기억이든 그때 그 시절이 나를 있게 했으니 그걸로 됐다. 예쁜 상자에 넣어 둔 편지처럼 다시 기억상자에 잘 보관해두어야겠다. 다시 꺼내볼 일이 있을까? 그땐 지금보다는 더 좋은 파동으로 예쁘게 펼쳐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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